2013년 1월 22일

from In Boston 2013.01.23 13:48


At MIT Coop in Cambridge

수요일 보스턴의 아침은 정말 추웠다. 서울의 미끄러운 빙판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도로는 흰 염화칼슘으로 뒤덮혀 있었다. 겨우 날씨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얼굴이 따가워지는 걸 느끼고 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삼촌의 소개로 알게 된 교수님과 점심식사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한국사람이 꽤나 없는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이와 같은 약속은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이제 막 싱가포르에서 돌아오시고 새학기 준비하느라 바쁘신데 간단히 학교 구경을 시켜주시고 근처에서 근사한 식사를 대졉해주시는 정성을 보여주셨다.

식탁에 올라 온 콜라를 보며 교수님을 뵈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오랜 유학생활 때문에 환갑 넘긴 지금도 콜라와 햄버거를 종종 즐겨 드신다. 책상 한켠에는 크래커를 이따금 쌓아 놓고 드신다.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신토불이 한국음식을 포기할 수 없는 나와는 참 다른 아버지다. 습관이라는게 참 무서운 것 같다.

아버지 생각에 잠깐 잠겨있을 무렴 문득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편히 생각해. 삼촌 친구잖아."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었다. 초면인 자리에서 누가 이렇게 쉽게 말을 하나 싶었다. 아주 잠깐은 내 귀를 의심했다. 그냥 가볍게 말씀하신 거라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보스턴에서 1년 넘게 살면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지만 초면부터 어깨 다독일 말 한마디 건네주는 분은 처음이었다. 그냥 머뭇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그게 내 최선의 응답이었으니까.

식사가 끝난 이른 오후에도 바깥 날씨는 쌀쌀했다. 종종 연락하며 지내자는 마지막 몇 마디를 나눈 후 부지런히 학교로 돌아갔다. 분명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나는 이미 칼바람을 뚫고 찰스강을 건너고 있었다. 머릿 속은 온갖 생각의 뿌리와 줄기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흐르는 눈물 겨우 훔치며 걷다보니 찰스 스트릿 근처에 다다랐다. 5분 내내 생각없이 울기만 했던 것이다.

두 볼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수요일 보스턴의 오후는 여전히 추웠다. 길가는 여전히 새하얀 염화칼슘으로 뒤덮혀 있었다. 장갑을 꼈는데도 두 손이 아픈거보면 내일도 영하권 날씨인가 싶다.

사소한 게 그립다.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다.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도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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